첼시의 이번 시즌 네임밸류는 분명 수준급으로 평가 받고 있다. 분데스리가를 평정했던 베르너와 하베르츠가 이적해왔으며, 중원에는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훌륭한 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는 캉테와 코바시치가 존재한다. 마운트와 제임스, 조우마 역시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첼시는 분명 훌륭한 스쿼드를 보유한 팀이나 이번 시즌 경기력은 아직 그에 못미치는듯 하다. 첼시는 지난 리버풀전에서 2-0 완패를 당했다. 제대로 대항하지도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1R 브라이튼전 역시 경기력적인 면에서는 제대로 된 체급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브라이튼보다 더 적은 점유율과 슈팅 횟수를 기록하며 비교적 수비에 치중한 모습을 보였다.
-리버풀 1선 수비의 핵심: 베르너를 봉쇄하라
리버풀은 늘 그랬듯 1선 수비시 4-3-3 대형을 형성했다. 상대 박스 지점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했으며, 1선이 상대 CB을 압박했다. 이때 리버풀이 보인 지난 경기들과의 차이점이라면 1선 수비 단계에서 명확한 마킹 체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본래 리버풀은 잘 짜여진 지역 수비를 바탕으로 하여 상대 빌드업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팀이다.
GK/케파가 빌드업을 전개하는 상황이라 가정해보자. 이 경우 상대 두 CB은 양 윙어가 압박했다. 4-3-3 대형상 폭을 형성하지 못한 탓에 리버풀의 두 윙어는 상대 CB의 측면 쪽을 닫으며 압박했다. 윙백 쪽에게 패스를 전개하지 못하게끔 한 것이다.
한편 중앙의 ST/피르미누는 밑선으로 처져 CM/조르지뉴를 수비했다. 대개 피르미누는 상대 6번 롤을 마크하되 상황에 따라 상대 CB과 GK를 유기적으로 압박하는 성향을 보이나, 이날 경기에서는 조르지뉴 만을 집중적으로 수비하는 양상을 보였다. 윗선의 RCM/캉테와 LCM/코바시치는 리버풀의 좌우MF가 전진하여 1v1로 수비했다.
한편 CM/헨더슨은 중원을 홀로 지켰다. 본래 리버풀이 4-3-3을 상대로 1선 압박을 펼칠 경우에는 ST와 CM이 동시다발적으로 반응하여 수비를 진행한다. 가령 피르미누가 상대 GK를 압박하기 위해 전진했다면 헨더슨 역시 빠르게 반응하여 윗선의 조르지뉴를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헨더슨 역시 중원을 홀로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플레이 메이커 성향이 강한 ST/하베르츠가 중앙 공격수 자리에 위치한 탓에 그의 영향력을 제어하기 위한 의도로 추측된다.
리버풀은 이러한 마킹 체계를 변칙적으로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RB/아놀드 만이 LB/알론소를 수비하기 위해 전진함으로써 전체적인 균형이 비대칭을 이루게 된 것이다. LB/로버트슨은 항상 후방을 지켜 밑선에서의 안정성을 추구했다.
리버풀의 압박 진영이 오른쪽으로 처짐에 따라 양 윙어의 강도 조절이 중요 요소가 됐다. LS/마네는 RCB/크리스텐센을 올바른 타이밍에 강하게 압박해야 했다. RB/제임스가 프리맨이 된 탓에 그가 볼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편 RS/살라는 LCB/조우마를 압박하되 상황에 따라 종종 강도를 낮추기도 했다. 본질적으로 GK/케파의 빌드업 방향을 조우마 쪽으로 유도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살라가 압박을 가할 때면 RB/아놀드가 연쇄적으로 전진하여 LB/알론소를 수비했다.
리버풀의 비대칭 1선 수비 형태에 대한 의도로는 LS/베르너 쪽을 봉쇄하기 위함인 것으로 추측된다. 당연하듯 전방 압박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선수는 측면의 베르너다. 어느 루트로든 매우 빠른 주력을 통해 뒷공간을 파괴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측면을 파고들 수도 있고 중앙으로 잘라 들어올 수도 있다.
이러한 베르너를 효과적으로 수비하는 방법 중 하나는 LB/알론소 쪽을 집중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이쪽을 봉쇄해야 베르너가 좋은 볼을 공급받지 못하게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 큰 문제가 아니다. 3MF와 피르미누가 밀집한 탓에 강도 높은 압박을 손쉽게 가할 수 있다. 관건은 측면이다. 앞서 소개했듯 4-3-3은 대형적으로 폭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상대 윙백을 집중적으로 압박할 경우 특별한 대안이 요구된다.
첼시의 전반전 볼 히트맵 (파이널 써드 관여). 대개 오른쪽 진영으로 풀어나갔다.
물론, 경기 내내 리버풀의 전방 압박이 항상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치명적이진 않지만 리버풀은 전방 압박시 2가지 문제점을 보이며 종종 첼시의 볼 전진을 허용하기도 했다.
첫째는 당연하듯 왼쪽 진영에서의 전진 허용이다. 본질적으로 LS/마네가 2v1 열세에 처한 탓에 RB/제임스에게 공간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첼시는 빌드업시 '1차적인 볼 소유'만 잘 이뤄낸다면 제임스를 그리 어렵지 않게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단순히 마네 쪽을 생략하여 볼을 전달하면 됐기 때문이다. 첼시가 제임스를 활용할 경우에는 리버풀의 3MF가 연쇄적으로 반응하거나 마네가 다시 내려와 첼시의 볼 전진을 제어했다.
둘째는 전체적인 구도에서 RCM/케이타의 마크맨에 대한 인지가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앞서 소개한 첼시의 '1차적인 볼 소유'와 큰 연관을 갖는 요소다. 만약 첼시가 CB이나 윙백을 통해 1차적인 볼 소유를 이뤄냈을 경우, 케이타는 볼 주위 지역으로 좁혀 커버를 나설 채비를 했다. 이 경우 자신의 마크맨만 잘 인지한다면 상대의 패스 루트를 제한하여 볼 소유자와 마크맨을 모두 수비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날 케이타는 이러한 상황에서 블라인드 사이드에 위치한 자신의 마크맨을 끝까지 잡아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볼 소유자에게 향하는 커버링이나 압박이 좋지 못했던 탓에, 자연스레 LCM/코바시치가 프리맨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첼시는 프리맨이 된 코바시치를 통해 손쉽게 오른쪽 진영으로 볼을 전환했다. 첼시의 '1차적인 볼 소유'에서 파생된 문제점이 다시 '1차적인 볼 소유'라는 문제를 낳은 것이다.
이날 첼시는 전반전에 공격 1/3 지역으로 총 106개의 볼을 관여했다. 이는 1R 브라이튼전의 전반전 수치와 단 3개 만이 차이나는 수치다.(103개) 리버풀은 전방 압박 단게에서 몇몇 문제를 보이며 첼시의 볼 전진 자체는 허용하고 말았으나, 이들의 핵심 자원인 베르너를 성공적으로 제어하며 뒷공간에 대한 큰 문제를 보이진 않았다.
-리버풀의 공격적 노림수: 측면, 그리고 파이널 써드 진입
첼시는 수비시 4-5-1 대형을 형성했다. 미드필드 1/3 지점으로 내려서 시작했으며, 종/횡적으로 굉장히 타이트한 간격을 형성했다. 첼시는 공간을 제어하는데 크게 치중했다.
한편 리버풀은 늘 그랬듯 4-3-3을 통해 빌드업을 전개했다.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위치를 자유롭게 점유했으며, 양 윙백은 공격적으로 높게 전진했다. 이날 리버풀은 집중적으로 측면을 통해 공격 1/3 지점으로 볼을 진진시키려 했다.
이날 LCM/바이날둠과 RCM/케이타는 기본적으로 첼시의 윙어와 좌우MF 사이에 위치했다. 첼시의 윙어를 중앙으로 묶거나 상대 좌우MF를 끌어내기 위함이다. 한편 6번 롤의 CM/헨더슨의 경우 상대 1-2선 사이 지역에서 손쉽게 볼을 받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바이날둠과 케이타가 상대 좌우MF를 눌러주고 있을 뿐더러 ST/하베르츠 역시 1선 수비시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헨더슨은 6번 자리 그대로에 위치하거나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RCB)로 틀어빠져 볼을 받아냈다.
이 경우 첼시는 필연적으로 리버풀의 윙백에게 공간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바이날둠과 케이타를 첼시의 좌우MF가 반응하여 잡아낼 경우 리버풀에게 많은 중앙 옵션을 제공하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했듯 리버풀은 CM/헨더슨을 통해 빌드업을 주도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첼시의 3MF가 벌어질 경우에는 ST/피르미누가 내려와 영향력을 발휘했다. 첼시는 경기 내에서 중앙을 집중적으로 틀어막으며 리버풀의 윙백에게 넓은 공간을 내줬다.
리버풀은 측면으로 매우 간결하게 볼을 전진시켰다. 그리고 이들의 목적은 측면을 통해 직접적으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는 것이 아닌, 공격 1/3 지점으로 진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우선 하프 스페이스의 좌우CB 자리에 위치한 선수들이 빌드업을 전개했다. 왼쪽에서는 LCB/반 다이크가 영향력을 펼쳤으며, 오른쪽으로는 CM/헨더슨이 틀어빠져 볼을 받아냈다. 이들은 각 진영에서 직접 빌드업을 주도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반 다이크와 헨더슨은 충분히 그럴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며,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자원이다.
반 다이크와 헨더슨의 역할은 직접 볼을 끌고가 상대 윙어를 끌어내는 것이다. 상대 윙어가 이들에게 반응하여 윗선으로 나선다면 자연스레 윙백에게 더욱 넓은 공간이 발생하게 된다. 리버풀은 이때 빠르게 윙백에게 볼을 전개했으며, 넓은 공간에서 볼을 받은 윙백은 공격 1/3 지점까지 빠르게 볼을 전진시켰다.
오른쪽 진영에서는 주로 RB/아놀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