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쉽을 우승하며 16시즌, 햇수로 17년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한 리즈 유나이티드

많은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전망(많은 유력지에서 11~15위 예상)도 있고,

이름 값과 신선함을 동시에 갖춘 팀에 대한 기대도 있고,

이적 시장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준 것도 맞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리즈는 그렇게 여유롭지 못합니다.

복귀 후 첫 프리미어리그 상대가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이라는 불운을 앞두고,

현 리즈가 가진 문제점을 짚어보려 합니다.

0. 리즈의 이적 시장은 다르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간혹 지금의 리즈와 비교해 지난 시즌 빌라나, 저번에 강등된 풀럼을 언급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현 리즈와 전혀 맞지 않은 비교입니다.

두 팀은 모두 임대나 이적으로 선수단에 큰 공백이 생긴 팀들입니다. 한번에 10명 이상의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게 되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려야한다는 과제가 새로이 생긴 팀이라는 게 관건이죠.

하지만 리즈는 아닙니다.

1군 선수진이 거의 온전히 남아있고, 큰 선수단을 원치 않는 비엘사는 최소한의 필수적인 보강만 하는 것을 원합니다

사용한 비용도 100m 이상과 아직 40m 가량이라는 차이도 있네요

차라리 지난 시즌 노리치와 비슷하다는 쪽이 더 어울리지 않나 합니다.

이를 밝히는 것은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를 가르고, 저 팀들을 무시하고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 리즈의 이적시장이 '다름'을 말해 오해를 풀려는 것이니 또 다른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강등에 어떤 법칙은 없으니까요

아마 저 오해에는 한 기사가 어느정도의 원인 제공을 했을 것 같은데,

이건 잘못된 기사입니다(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413&aid=0000103489).

승격하며 받는 중계권료, 스폰서, 상금 등등을 모두 합해 200m 정도가 재정에 추가될 것이라는 말이 송두리째 이적자금으로 탈바꿈한 헤프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https://www.givemesport.com/1587929-leeds-in-the-hunt-to-sign-established-international). 리즈는 애초에 챔피언쉽에서도 중위권 수준의 자금력을 가진 구단이었고, 당연히 저 돈을 전부 이적자금으로 쓸 순 없는 상태죠.

돈 들어가는 구멍이 이적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https://twitter.com/PhilHay_/status/1300106059030306816?s=20

공신력 1티어 기자 필 헤이의 말을 빌리면, 리즈는 챔피언쉽에서부터 재정적 안정을 잘 만들어둔 탓에 이제 매년 50~75m 가량의 이적자금을 쓸 수 있는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리즈는 발렌시아에서 스트라이커 로드리고 모레노(27m)를,

프라이부르크에서 센터백 로빈 코흐(12m)를 데려왔습니다

기타 유망주들까지 합하면 약 40m의 이적료를 사용한 셈이죠. (구단주 라드리짜니는, 지난 시즌 임대 후 완전이적 옵션을 달고 온 윙어 코스타와 젊은 골키퍼 멜리어의 이적료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둘의 이적료인 20m 가량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 둘은 분명 평범한 승격팀이라면 엄두도 못 낼 선수들이고, 아마 리즈로서도 비엘사라는 명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영입입니다.

1. 겨우 체면치레한 센터백

리즈가 이적 시장에서 최우선적으로 목표한 포지션은 센터백입니다.

쿠퍼, 화이트, 베라르디

이렇게 세 명만으로 운용되었던 센터백 라인에서 화이트가 임대 계약 만료로 떠나고, 베라르디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팀과 연장계약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1군에 센터백이라곤 주장인 리암 쿠퍼 단 한 명만이 남았죠.

https://twitter.com/LUFC/status/1299783881546256384?s=20

다행히 이는 코흐가 합류하면서 급한 불을 껐습니다.

비록 그가 주로 쓰리백에서만 센터백으로 나왔고, 포백에선 보통 미들진으로 출전을 한 기록이 있으나, 많진 않아도 포백에서의 센터백 역시 수행을 해본 선수이기에 아직 직접 경기 뛰는 것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단점이라 단정짓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https://twitter.com/LUFCDATA/status/1296873640387129345?s=20

긍정적으로 보면 그는 수비력은 물론이고 발밑도 괜찮은데다가 비엘사가 좋아죽는 멀티플레이어이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리즈의 센터백은 두 명뿐입니다.

여차하면 필립스나 아일링이 센터백을 볼 수 있지만, 그 둘은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포지션이 각자 존재합니다.

당장 리버풀 전에선 2군에서 갓 올라온 스트루익이나 데이비스가 서브 센터백으로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되는데, 그들은 챔피언쉽에서도 이렇다 할 경력을 쌓지 못한 새파란 신인이네요.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중, 크로아티아 유망주 센터백 그바르디올이 계약을 거절했다는 루머가 퍼지고 있는데, 서브 센터백 자리에 누가 오기나 할지, 걱정부터 앞서는군요.

2. 골은 누가 넣어? 골은?

리즈의 다음 목표는 스트라이커, 혹은 윙포워드였습니다.

지난 시즌 리즈는 10점차로 우승을 했음에도 공격력에서 유별나지 못했습니다.

팀 내 득점 1위 뱀포드는 고작 16골을 넣었는데, 이는 기대득점이었던 35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입니다(이 부분의 기사를 번역해놓고 가지고 있었는데, 어디 있는지 찾질 못하겠네요ㅠ 그냥 많이 놓쳤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나머지 윙포워드들의 득점력 역시 저조했네요.

이번에 영입된 로드리고도 같은 약점을 가진 선수입니다.

1년 전만해도 바르샤나 아틀레티코와 연결되던 공격수이긴 하나, 골 보단 연계에 더 특화되어 있죠.

물론 로드리고는 뱀포드보다 더 높은 클래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때는 라리가에서 16골을 넣기도 했고요(17/18시즌).

그 부분에 기대를 하고 있네요

아니면 다른 득점력 좋은 윙 포워드가 영입된다던가,

지난 시즌 빅찬스 33개를 놓친 뱀포드가 각성을 하는 수 밖에요

3. 낡아버린 공격의 중심

파블로 에르난데스는 누가도 쉽게 밀어내지 못할 리즈 공격의 중심입니다.

동시에 35살이라는 나이는 이제 누구도 속이지 못할 문제입니다.

에르난데스는 부상을 제외하고도 9경기를 선발로 나서지 못했고 대부분 후반과 동시에 교체로 투입되었습니다. 반대로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빠지는 경우도 있었죠.
그게 비엘사가 팀의 에이스를 관리해주는 방법이었고, 이번 시즌엔 더더욱 그래야할 겁니다.

이런 에르난데스의 대체자는 여전히 젊은 스트라이커인 로버츠입니다.

21살의 로버츠는 지난 시즌 꽤 많은 경기를 소화했지만, 대부분 에르난데스의 대체자로서 미들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는조금 더 나은 전진성과 젊은 피로서 활기를 띌 뿐, 에이스의 빈자리를 채워줄 퍼포먼스를 뽐내진 못했습니다.

출전 시간대비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탑이었던 에르난데스의 빈자리는 그만큼 큰 것이었죠.

이적 시장에서 리즈의 다음 타겟은 공미와 윙어를 모두 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 우디네세의 로드리고 데 파울은 리즈가 가장 깊게 관찰 중인 옵션일 것이고 가장 적합한 옵션이겠지만, 40m 이라는 가격표를 깎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그 전까진?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한 리즈의 마법사가 기적을 일으켜줘야겠죠.

4. 약관이냐 노장이냐 그것이 문제인 골키퍼

레알의 서드 키퍼였던 카시야는 리즈에서의 1년 반 동안 단 몇 개월만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첫시즌의 플레이오프는 최악이었고, 지난 시즌에서도 갈 수록 실수가 늘었죠. 거기에 인종차별 이슈로 이미지까지 안 좋아졌군요.

그 사이를 파고든 것이 FA컵에서 아스날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데뷔한 스무 살의 프랑스 키퍼 멜리어입니다.

멜리어는 카시야 대신 출전한 리그 10경기에서 약 80퍼센트의 선방률을 기록하며 7개의 클린시트라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멜리어가 주전이어도 괜찮은가 하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리즈는 맨유의 로메로나 아스날의 마르티네즈를 관찰하고 있었고, 아마 카시야가 적절한 오퍼를 받아 나갔다면 그들이 아니더라도 분명 다른 골키퍼를 데려왔으리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카시야를 찾는 팀이 보이질 않네요. 주급도 많이 받는데.

설상가상 카시야는 프리시즌 경기에서까지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에 대한 신뢰가 더욱 낮아지는 결과였죠.

이제 리즈의 골문은 프로경기를 10경기 쯤 갓 치른 스무살의 골키퍼에게 맡겨졌습니다.

이 밖에도 후반기 체력 저하 문제라든가, 로테이션 문제라든가 있을 테지만, 비엘사 축구에서 너무 뻔한 문답이 반복되는 이야기들이고 차차 시즌이 진행되는 걸 지켜보면서 언급되도 좋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기상조일 뿐이죠.

처음엔 리즈라는 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 같아, 지나친 설레발을 막고자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적다 보니 당장 눈에 밟히는 문제점이 선수단 쪽 뿐이라는 게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하네요

구단과 보드진엔 당장 짚을 문제가 딱히 생각나지 않습니다. 영입이 좀 더 빠르게 되었으면 좋겠지만, 비엘사나 오르타나 심사숙고에 심사숙고를 거듭하는 양반들이라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포기하려구요

3부까지 떨어져본 팀의 팬 입장에서, 팀을 사랑하는 구단주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광인El Loco은 재계약까지 아주 천천히 진행하며 축구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독서를 시키고,

거리 청소를 시키고,

선수가 나머지 훈련을 하려니까 자기 훈련에 100%를 쏟지 않았냐며 화를 내고,

매주 45분짜리 머더볼을 진행할 뿐입니다.

그렇게 2년 후, 완전 다른 선수로 다시 태어난 필립스는 잉글랜드 국대 유니폼을 비엘사에게 바쳤고, 비엘사는 그를 안아주며 자랑스럽다고 말했죠.

지금 리즈는 이렇습니다.

이제 리즈의 프리미어리그 복귀전까지 하루도 남지 않았습니다

몇 번씩 보며 확인하던 이 타임테이블의 숫자가 바뀌면 제대로 실감이 나겠죠

https://twitter.com/PhilHay_/status/1304056773389758473?s=20

필 헤이는 리버풀 전 예상 라인업을 이렇게 짰는데, 가장 최근 프리시즌 경기에서 에르난데스가 사이드에 자리한 것을 캐치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조금 더 보수적으로 코스타가 대신 윙어로 나오고 로드리고가 후보로 빠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훈련을 4일밖에 같이 하지 않았는데, 비엘사가 선발에 그의 이름을 올린다면, 뭔가 엄청난 것을 보여줬다는 뜻일 테니 기대될 것도 같고요

인터뷰(https://www.fmkorea.com/3085820953)에서처럼 비엘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라인을 내리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리즈는 살라와 마네라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에게 양 옆구리가 터지겠죠

아놀드와 로버트슨의 킥은 더욱 치명적일 거고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길 바랍니다.

한때 스토크보다 더 거친 축구로 유명했고, 그 플레이로 나름 유럽의 최정상에 있던 팀이,

덕분에 잉글랜드 전역에서 가장 극혐하는 팀이,

그리고 또 20여년 전에 나름 리그에서 알아주던 팀이,

더티 리즈가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려주길 바랍니다.

그때만큼 더럽진 않지만요

아마도.

https://youtu.be/4GKtzcKbXHA

All Leeds, Aren't 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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