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야기에 앞서

- 6번의 내용은 발굴 사례를 다룬 내용입니다. 본 내용이 너무 길게 느껴지신다면 1~5번까지의 내용만 읽으시고 6번은 건너 띄어도 무방합니다.

1. 유해발굴사업이란?

- 6ㆍ25전쟁 당시 미처 수습되지 못하고 전투현장에 남겨졌던 전사자들의 유해를 찾아 유가족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2000년 4월부터 시작된 사업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2. 유해발굴사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 2000년 4월부터 시작된 유해발굴사업은 6ㆍ25전쟁 50주년을 맞아 시행된 한시적 성격의 사업이었다. 때문에 사업 주체도 지금과 같은 국방부가 아닌 육군이었다.

 그러나 다수의 전사자 유해가 지속적으로 발굴 되면서 점차 장기적 성격의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결국 2003년 7월, 유해발굴사업은 단기사업에서 지속사업으로 전환되었으며 또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2008년 3월에는 「6ㆍ25전사자유해의 발굴 등에 관한 법률」이 새롭게 제정되었다.

 이후 2007년 1월에는 사업의 조직적 운영을 위해 사업주체를 육군에서 국방부로 전환하였으며 또한 사업의 전문적 운영을 위해 같은 2007년 1월,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하고 2008년 8월에는 미국의 JPAC와 「한ㆍ미 전사자 유해발굴 협력」 MOU를 체결하여 조직성과 전문성을 갖추어 나갔다.

3. 유해의 발굴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1) 장소 특정

- 전사자의 유해 발굴을 위해서는 먼저 전사자의 유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장소를 추려 특정해야 한다. 물론 전투가 일어났던 모든 장소를 발굴해보는 것이 모든 유해를 수습하는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러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한정되어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초창기에는 장소 특정에 있어 참전용사 또는 과거 전투지역에 거주하면서 전사자 유해를 직접 매장했었거나 매장 장면을 목격하였던 지역주민들의 제보가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사실 참전용사, 지역주민들의 제보 및 증언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최근에는 문헌자료와 같은 기록물의 분석을 함께 병행하면서 장소 특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2) 현장 답사

- 장소 특정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바로 발굴에 착수하는 것은 아니다. 발굴 이전에 먼저 현장 답사를 통해 지형 확인 및 전투 흔적, 외부에 노출된 유해나 유품 등의 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 발굴 여부가 결정된다.

3) 발굴과 수습

- 최종 발굴 여부가 결정된 장소는 차후 일정을 잡고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는 발굴 지원부대 병력을 비롯한 유해발굴감식단 병력 등이 참여하게 되며 초기 굴토 작업 이후 정밀 발굴 과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발굴의 전체 과정은 차트와 사진, 동영상을 통해 기록 보존되게 된다.

< 유해가 발견된 지점에 처진 '출입금지' 테이프 >

< 정밀발굴 중인 모습 >

4. 발굴된 유해는 이후 어떻게 되는가?

1) 임시봉안 및 영결식

- 발굴 및 수습을 거친 유해는 나무관에 입관되어 태극기로 포장된 채 임시봉안소 및 임시감식소로 옮겨져 기초 감식 및 국적 판단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이후 군(사)단장이 주관하고 지역기관장, 주민, 참전용사, 발굴부대 장병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단위 영결식 또는 약식제례(발굴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가 치러지고 이후 본격적인 신원확인을 위해 중앙감식소로 옮겨지게 된다.

< 유해를 나무관에 입관하는 모습 >

< 유해의 입관 후 태극기로 포장하는 모습 >

< 약식제례의 모습 > 

< 임시감식소의 모습 >

2) 정밀감식

- 옮겨진 유해는 이후 정밀감식에 들어가게 된다. 또한 유가족 확인을 위한 DNA 검사 및 분석에도 들어가게 된다.

< 유해의 두개골 3D 스캔 중인 모습 >

 유해 이외에도 유해와 함께 발굴된 유품에 대한 감식도 이루어진다. 유품들에는 발굴된 유해의 신원이나 국적 등의 파악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담겨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식표나 목도장, 신분증 등이 대표적이다.

3) 후속조치

- 정밀감식을 거쳐 신원 확인이 된 유해는 유가족에게 알려지게 되며 이후 화장되어 대전 국립 현충원 묘역으로 안장되게 된다.

< 화살머리 고지에서 발굴되어 신원이 확인된 고 남궁선 이등중사의 안장식의 모습 >

 그러나 신원 확인이 이루어지지 못한 유해는 합동 봉안식 후 중앙 감식소에 보관되면서 정밀감식 단계를 계속 거치게 된다. 본래는 화장되어 서울 국립 현충원 충혼당에 안치되었으나 이렇게 되면 자칫 신원 확인의 가능성이 영영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2009년 이후로는 화장하지 않고 감식소에 보관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한편 국군 이외의, 즉 UN군이나 중국군, 북한군으로 판별된 유해는 북한군 유해를 제외하고 각각 해당국으로 인계되어지며(중국군 유해의 경우 2014년부터 시행 중) 북한군 유해의 경우 제네바 협약에 따라 별도 적군묘지에 임시매장 되어 진다.

< 송환되는 UN군의 유해 >

5. 유해발굴이 어려운 이유는?

- 현재 유해발굴사업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부족한 전사자의 생전정보, 시간 부족, 그리고 국토개발이다.

 전사자에 대한 생전 정보의 부족은 유해발굴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한 원인이다. 사실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있어 가장 쉬운 방법은 발굴된 유해(사후정보)를 치아 치료 기록 등과 같은 전사자의 생전정보와 비교해 보는 방법이다. 그러나 남아 있는 전사자의 생전정보가 사실 상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를 통한 신원 확인의 경우는 매우 드문 상황이다.

 계속해서 흐르는 시간도 유해발굴사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해당 사업이 시작된 것은 정전협정으로부터 47년이 지난 2000년이다. 그동안 전사자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와 관련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참전용사와 지역주민, 6ㆍ25세대의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되었고 따라서 매장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고령화에 따라 유가족의 수도 점점 줄어들면서 전사자의 신원확인에 필요한 유전자 정보 획득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전사자의 신원확인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해당 사업이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국토도 유해발굴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유해발굴사업의 성과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매장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 증언자들의 고령화 문제도 있지만 국토의 개발에 따른 유해 매장지가 훼손된 탓도 있다.

 따라서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전사자 유해의 발굴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라도 증언자들의 적극적인 증언과 더불어 지계 유가족과 전후 2~3세대의 적극적인 정보 제공, 참여가 절실하다.

6. 유해발굴 실적

1) 유해발굴 성과(2016년도까지)

< 표를 보면 신원확인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

2)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 고지

- 2019년 국방부는 남북 간 체결된 합의에 따라 남북공동 유해발굴구역으로 선정된 ‘철원 화살머리고지’를 대상으로 유해발굴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는 6ㆍ25전쟁 이후 이루어진 최초의 비무장지대 유해발굴 사례로 해당 작업을 통해 유골 2,030점(잠정 유해 261구), 화기와 탄약, 전투장구, 개인유품 등 총 71종 6만 7,476점의 유품을 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이 가운데 7분의 신원이 확인되었다.

< 화살머리 고지에서 발견된 유엔군 추정 전사자 유해의 모습 >

 또한 올해 4월 20일부터 2019년에 이어 화살머리 고지의 유해발굴 작업이 되어 추가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PS. 이번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휴일들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본래 6월달에 썼어야 했는데 그때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생각나서 쓰게된 주제입니다. 이제 또 평일이 시작되는데 준비 잘들 하시고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 참고 사이트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https://www.withcountry.mil.kr/mbshome/mbs/withcountry/index.jsp)

* 참고 자료

: 강정덕, 「6ㆍ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과 유해소재 조사업무의 역할」, 2019

 대한민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전사자 유해의 합리적 관리 및 신원확인 실효성 제고 방안 연구」, 2015

 대한민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10년사 화보집」,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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